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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들뿐일까?

The Book | 2009.03.07 02:32 | Posted by 맥거핀.
나쁜 사마리아인들 - 8점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요즘 예전에 샀던 책들을 조금씩 읽고 있다. 그러다보니 또 최근에 산 책들을 못 읽게 되고, 그러거나 말거나 또 새롭게 재밌는 책들은 눈에 띄고, 어느샌가 나는 그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고...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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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다음의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부자나라들은 보호주의적인 경제정책으로 지금의 부자나라 대열에 들어섰는데, 왜 지금의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자유주의적 정책을 강요하는가?' 즉, 그들(부자나라들, 특히 미국)은 왜 자신들이 성공한 정책을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믿기 때문이다[각주:1]. 즉 이들은 이미 개발도상국보다는 경제규모나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나, 기술력 등 여러 조건들이 훨씬 유리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 동일한 조건에서 자유롭게 경제를 운용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장하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팀과 유소년 축구팀이 동일한 조건으로 축구 시합을 하자고 하는 것과 같다. 즉 '평평한 경기장'이 아니라 '기울어진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것. '기울어진 경기장'이라는 말이 감이 잘 안 온다면, 이를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유소년 팀에게는 '조금 더 커다란 골대'가 필요하다는 것.

국제 경쟁은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경기자들이 참여하는 게임이다. 우리 개발 경제 학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하자면, 스위스에서 스와질란드에 이르는 모든 나라들이 맞붙어 싸우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약한 나라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이 공정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약한 나라들이 자국의 생산자들에 대한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앞 부분에서 지금까지의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부자나라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를 말하고 있다면, 뒷 부분에서는 따라서 지금의 세계 경제에서 모든 나라가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들이 필요한지 말하고 있다. 즉 앞 부분에서는 반 자유주의주의적인 경제 정책으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부자나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뒷 부분에서는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에게 필요한 정책들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각 장으로 나뉘어 펼쳐지고 있다[각주:2].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부자나라들이 아닌 나라들은 물론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부자나라들도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절대악이라서? 그것이 어떤 절대적이고 잘못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을 읽다 보면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거의 '악마의 정책'과 동일하다고 서술된다는 느낌이 올 수도 있다. 즉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어떤 주관적인 가치관'이 너무 강하게 개입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것은 오해에 가깝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에서 담고 있는 것은 하나의 간단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왜 부자나라들은 자신들이 부자가 된 정책을 개발도상국들은 쓰지 못하게 할까? 그것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이후에 사다리를 차버리는 것과 같은 짓이지 않는가.' 그것을 장하준 교수는 많은 풍부한 통계 자료와 알기 쉬운 비유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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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얼마전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국방부에서 선정하는 '불온도서 목록'에 이 책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얼마나 불온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고 나서 보니 불온한 내용은 없다. 불온(不穩)하다는 것은 온건하지 않고, 급진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전 재산의 국유화를 주장한 것도 아니고, 돈 많은 사람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자고 말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그쯤은 되어야 불온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생각해 보니 불온한 책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현재의 우리나라 정부의 경제 정책과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불온이란, 정부에서 제시하는 사상과 반대되는 사상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일컬어지니 말이다. 예를 들어 만약 내일 정부에서 '빨간색 금지법'이 발동된다면, 배수아의 소설 <붉은 손 클럽>은 불온도서, 빅뱅의 <붉은 노을>은 금지곡이 될 것이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책을 불온도서로 선정했다는 것은 MB정부가 '우리의 경제 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입니다'라고 인증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뭐 하지만 인증을 안해도 눈 앞에 보여지는 수많은 정책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외국인 투자에 대한 확대개방, 공기업의 민영화, FTA와 쇠고기협상, 그리고 영어 중시 교육 정책 등등. 인증을 안해도 이리 눈 앞에 잘 보이는데, 뭐 인증까지 하시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니, 나는 우리나라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다면, 그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MB정부의 경제 정책이 1년을 넘어가는 지금, 한국경제는 빈사 상태에 이르러 있다. 물론 그것을 전적으로 MB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과도한 자본의 축적이 낳은 지금의 경제위기의 바람은 분명히 외부에서 불어왔다. 그러나 그것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와 그 정부의 태도가 낳은 현재의 한국경제의 상황은 여러모로 우려를 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쩌면 더욱 우려되는 점은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이러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 작은 땅덩어리에도 무수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유수의 대기업들은 예전 여러 보호적인 정책들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작은 중소기업들과 자유로운 경쟁을 할 것을 요구한다. 비단 기업의 예만 있을까? 현재의 영어 중시 교육 정책도 그렇다. 집이 부유해 어렸을 때부터 갖은 사교육과 해외연수로 영어를 배워온 학생과 가난하여 그럴 수 없었던 학생에게 같은 영어시험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것으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 것도 그러하지 않은가.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외부의 거대한 나쁜 사마리아인과 그 안의 무수히 작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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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커다란 비전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고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을 때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어떤 국가적인 정책을 대부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제라는 것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심리가 결합된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가 호황 국면에 접어들어 있다가도 사람들이 향후의 경제 상황에 불안해한다면 그 흐름은 지속될 수 없다. 무식하고 간단하게 말해서, 주식이라는 것도 결국 많은 사람들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내다팔면 떨어지는 것이고, '오를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사들이면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하나의 심리 게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부분에서 많은 통계자료와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그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제시되는 이해하기 쉬운 비유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비유와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세계경제의 흐름을 쉽게 이해하게 하며, 그 속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위치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따라오는 책의 전체 논지에 대한 공감은 덤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 공감은 많은 사람들의 심리와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이 바뀐 심리와 생각은 경제의 흐름에서 상상 외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다음의 투표에는 작용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작용에 대해 말하자면, 경제학을 어려워하고 심지어는 무서워하기까지 하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이에도 물론 쉬운 비유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여러모로 작용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하준 교수의 다른 책- 예를 들어 <쾌도난마 한국경제> 같은 -도 궁금하고, 역으로 이 책과 반대지점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책에 소개된)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1. 그러나 장하준 교수는 이 역시 부자나라들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부자나라들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 [본문으로]
  2. 이것이 3장부터 9장까지의 내용인데, 각 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3장에서는 자유무역 정책의 위험성에 대해(특히 유치산업 보호의 필요성), 4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5장에서는 민영화의 위험한 점에 대해, 6장에서는 과도한 특허권이나 저작권법에 대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7장에서는 과도한 재정 건전성의 추구가 불러오는 문제점에 대해, 8장에서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와의 관련성과 부자나라들이 말하는 '개발도상국은 부패했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실패했다'라는 주장의 허구성에 대해, 9장에서는 특정의 문화가 경제발전을 촉진한다는 믿음의 문제점에 대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