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

Recent Comment»

« 2024/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앞으로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The Book | 2009. 11. 14. 22:42 | Posted by 맥거핀.

문명전쟁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로렌스 라이트 (다른, 2009년)
상세보기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9․11이 있은 지, 8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9․11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은 9․11이후 테러를 지원한 세력을 공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라크, 아프간 등에 전면적인 공격을 가했고, 한편으로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보복 공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또 9․11 사건의 희생자의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도 200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꼽자면 9․11이 거의 그 첫손에 꼽힐 것이다. 따라서 이 9․11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2000년 이후의 세계를 이해하게 해주는 하나의 커다란 단초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9․11은 안개에 싸여 있기도 하다. 사건의 자세한 배후 및 내막은 물론이거니와, 9․11이 미국의 자작극에 불과하다는 음모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한 때 사망설이 제기되었던, 배후의 중심축인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도 여전히 묘연하다. 여기에 이 책 <문명전쟁>은 밝고도, 구석구석까지 스며드는 세심한 불빛을 제공한다. 이 책은 5년 동안에 걸친, 11개국 6백 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알카에다의 발족 이전부터 9․11에 이르는 성실하고도 자세한 길을 추적한다. 그 길에서 저자 로렌스 라이트는 길의 전체 여정을 요약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중간중간 옆으로 살짝 눈을 돌리기도 하고, 때로는 길의 중간에 머물러 발 밑에 차이는 돌부리를 자세히 관찰하기도 하면서 길의 끝까지 독자를 성실하게 안내한다. 그러나 그 길은 명확한 단선주로가 아니다. 그 길은 복잡하고 군데군데 깊이 파인 러프가 있는 으슥하고 여러 갈래가 나뉘어진 오래된 길이다.

그 하나의 길은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와 그와 함께 여러 가지 것들을 계획하고 실행한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알 지하드를 세심하게 추적하는 길이다. 저자 로렌스 라이트는 사우디에서 성장한 빈 라덴과 이집트에서 세력을 키운 자와히리를 그 출생부터 조금씩 추적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조금 더 거슬러 오르면 이들에게 어떤 영감을 준 사이드 쿠투브가 있다. 저자는 이들의 출생에서부터 그들이 살아온 경로,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여러 일들까지 여러 사람들의 증언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밀도 있게 조명해 보인다. 이집트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의사로서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린 자와히리가 왜 알 지하드를 조직하고 거대한 지하드(성전)에 나서게 되었는가, 그리고 사우디의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사우디 왕가와도 깊숙한 관계를 맺고, 크게 사업을 일으킨 명망있는 사업가 빈 라덴은 왜 알 카에다를 만들고 동굴 속에 숨어 지내게 되었는가.

그 해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문명전쟁'이다. 즉 이들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물질주의적이고 세속적이며, 어떠한 의미에서는 탐욕적인 향락적인 문화에서 금욕적이고 신실한 이슬람 문화를 지켜내는 것을 어떤 하나의 사명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의 뿌리는 위에서 말했던, 사이드 쿠투브의 사상과도 일치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이드 쿠투브의 저작들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이들이 사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코란의 말씀을 그대로 체화하는 거대한 이슬람 제국의 건설이었고, 그것의 반대편에 있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미국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었다. 어떤 정신적인 부분만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또한 이슬람 세력에게 눈의 가시인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또한 한편으로 보면, 이들의 적은 꼭 미국만은 아니었다. 이들의 눈으로 보면 혁명적이고 이단적인 의미를 가지는 공산주의 세력 역시 이들의 적이었고, 그외 이슬람 신자이지만, 이단이거나 이슬람의 하나의 분파인 시아파 세력 역시 이들의 적이었다.

신병은 끝없는 육체적 훈련을 견뎌내야 했을 뿐 아니라 알 카에다의 세계관도 주입 받았다. 그들의 강의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조직의 유토피아적 목표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1. 전 세계에 신의 지배를 확립한다.
2. 신을 위해 순교한다.
3. 모든 타락으로부터 이슬람을 정화한다.

이 세 가지 목표에서 알 카에다의 매력과 한계를 엿볼 수 있다. 알 카에다는 정치의 유일한 목적이 종교를 정화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신의 지배가 어떠한 모습일지 의문을 가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상주의자들을 끌어들였다. 개인의 목표인 순교는 여전히 많은 신병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p. 446-447)



그러나 저자가 이들을 어떤 악마로서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또한 한편으로 자와히리와 빈 라덴의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이들을 다각도로 조명하려 노력한다. 이들은 또한 한편으로 가족들에게 따뜻한 아버지이기도 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선뜻 내어주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잘 도와주는 그런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것은 단지 자와히리나 빈 라덴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그들 주위에서 같이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한 많은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깊은 신앙을 가지고, 생활을 해나가는 인간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한 사람들이기도 했다.

빈 라덴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빈 라덴을 신앙심이 깊고 비타협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언젠가 파티마가 카세트테이프를 빌리려고 할 때였다.
"네 아빠가 못 들으시게 해야 한다."
자이나브는 빌려주는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빤 그런 거 던져 버릴 사람은 아니야. 실제로 그렇게 엄격하지 않으시거든. 남자들 앞에서만 그런 척하실 뿐이야."
"노래도 들으신단 말이야?"
자이나브가 놀라서 물었다.
"그럼, 전혀 신경쓰지 않으셔."
말을 좋아한 빈 라덴은 움 칼레드의 집에 말에 관한 책들로 서재를 만들고, 말 사진이 있는 책이나 달력도 걸어두었다. 자이나브는 빈 라덴이 아주 마음이 넓다고 결론지었다. (p. 372-373)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길은 빈 라덴과 자와히리의 반대편에 있는, 즉 미국에서 이들을 잡기 위해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테러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FBI나 CIA, NSA(미국국가안전보장국)의 여러 인물들, 특히 그 중에서도 그의 중심에 있었던 FBI의 존 오닐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다. 미국은 사실 초창기에는 빈 라덴과 자와히리의 이슬람 세력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몇 테러들이 일어난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탐색은 꾸준히 이어지기는 했으나 그다지 높은 강도로 행해지지는 않은 듯 하다. 실제로 9.11 직전에도 이들의 이러한 테러를 암시하는 몇몇 징후들이 감지되었고, 9.11의 실행에 직접적으로 간여된 몇몇 인물들이 미국에 입국한 정보도 수집되었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때로는 묵살되고, 때로는 별로 중요치 않은 것으로 취급되었다. 이것에는 한편으로 CIA와 FBI의 오랜 반목도 큰 역할을 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관이 가진 정보를 상대방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때로는 정보를 교묘히 감추어 버렸고, 그 때마다 테러 세력들은 새로운 일을 하거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들은 물론 큰 사건에는 공조하기는 했으나, 때로는 거의 공조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중심에는 FBI에서 이들을 꾸준히 추적한 수사관 존 오닐이 있다. 그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조직들을 이끌어 나가며, 이들을 꾸준히 추적하였고, 예멘에서 미 군함 콜호가 테러 공격을 받아 거의 침몰할 뻔한 상황에서는 직접 현지로 날아가 관련자들을 심문했고,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 존 오닐이라는 인물은 또한 한편으로는 세속적이고 향락적인 미국을 대변하는 듯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여자들과 동시에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많은 빚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는 그는 한편으로 불안한 상태였고,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여러 불안함을 잊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러나 그는, 거의 빈 라덴에 비견할 정도로 머리가 좋고, 추진력이 뛰어났으며, 여러 지략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거의 빈 라덴을 잡거나, 혹은 그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빈 라덴이 어떤 거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거의 9.11을 암시하는 발언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선택 몇 가지가 빈 라덴이 9.11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했다. 

존 오닐은 그러나 공교롭게도 9.11이 일어난 날 세계무역센터 안에서 죽었다. 그는 이런저런 문제가 겹쳐 그 이전에 FBI에서 사직했고, 그가 새로 시작한 일의 사무실은 세계무역센터 안에 있었다. 9.11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대목은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상당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는 건물이 비행기와 충돌한 당시에 건물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으나,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다시 건물로 돌아갔고, 그의 시신은 10여 일이 지난 후에야 잔해더미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공격을 예견했고, 그 공격을 막아내려고 온 힘을 다해 애썼지만, 바로 그 공격으로 인하여 사망했다.
............................................

이 책 <문명전쟁>은 그 외에도 많은 흥미진진하고도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중심축은 자와히리와 빈 라덴, 그리고 존 오닐이라는 세 인물이지만, 그 세 명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알려진,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뒷 배경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때로 표면에서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전달되기도 하고, 때로는 멈춰서서 그 사건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그 이면의 의미에 대해 독자에게 묻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개의 생각거리들을 제공한다. 자살을 금하는 이슬람의 계율을 반하는 자살 폭탄 테러들은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되었는가, 왜 테러 세력들은 미국을 주 타깃으로 삼게 되었는가, 그리고 하필이면 왜 미국의 세계무역센터를 그 공격목표로 삼았는가, 그리고 빈 라덴이 만약 없었다면, 이 테러들은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등등. 그리고 이 책은 그 나름의 답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마지막 질문의 제시하는 답은 이렇다.

그러나 빈 라덴이 없었다면 이집트인은 단지 알 지하드에 그쳤을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하나의 정적이었을 것이다. 많은 이슬람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을 때 그들의 목표는 민족적인 목표에 집중되어 있었고, 국제적인 지하드 연합을 창출한 것은 빈 라덴의 비전이었다. 몰락하여 사그라져 버릴 수 있었을 조직을 다시 결합한 것은 그의 지도력이었다. 수많은 살인에 뒤따르는 도덕적 논쟁에 귀를 막고 반복된 실패에 무덤덤할 수 있었던 것도 빈 라덴의 불굴의 의지였다. 이는 종교 지도자나 광인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엄한 효과를 얻을 뿐 아니라 목숨을 내거는 상상력을 부추길 수 있었던 데에는 예술적 수완도 한몫했을 것이다. (p. 486)


이 책은 9.11 이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이 끝나는 시점은 9.11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추적이 막 시작되며, 빈 라덴과 자와히리가 어디론가로 종적을 감춰버리는 시점이다. 빈 라덴은 결국 9.11을 일으킴으로써 그가 바라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것은 단지 미국의 심장부를 파괴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목표는 여러 해외에서의 테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미국의 심장부를 공격함으로써, 미국의 거대한 보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이 이슬람 세력들을 공격하게 하여, 전 이슬람적인 대항을 불러일으키는 것, 전(全) 이슬람 세력을 미국에 대항시켜 미국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는 것, 그것이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목표였다. 그러므로 한편으로 보았을 때 빈 라덴의 계획을 완성시켜준 것은 미국이었다. 여러 이슬람 세력에 거대한 보복을 행함으로써 전 이슬람 세력의 반발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 거대한 보복은 진행중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 한 축에 끌려들어가 있다. 아프간 재파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 때에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해답은 자명하지만, 그의 실행은 쉽지가 않다. 우리도 이 거대한 문명전쟁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선택은 또 앞으로 무엇을 불러일으키게 될까.

이 책 <문명전쟁>은 9.11에서 끝나지만, 9.11 이후의 세계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시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또한 이 책은 수십명에 달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을 책 뒤에 색인으로 제공하고 있고, 성실한 색인을 덧붙임으로써 이슬람 지하드 세력들을 이해하는 하나의 백과사전으로써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분명히 기대만큼의 역할은 해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