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승환(전직 독립영화인) [2011.10.11]

(원문 주소: http://www.kmdb.or.kr/indie/board/column_list.asp?seq=49&GotoPage=1)

 

영화를 접하는 것은 점점 쉬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영화관 같은 상영 공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영화는 TV의 등장으로 관람 공간이 확대되어 집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비디오 매체의 등장으로 관람 시간 마저 자유로워졌습니다.(보고 싶은 때에 재생할 수 있고, 관람 도중 중단하고 재개할 수도 있습니다.) 케이블 TV의 등장으로 영화전문채널도 생겼고,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WEB으로, VOD로 영화를 접하는 것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최근엔 VOD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케이블TV나 IPTV를 통해) 개봉과 동시에 영화를 접할 수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접하는 방법도 훨씬 많아졌고 편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영화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만,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이 시작된 이후 개봉 상영도 많이 보편화되었고, 지상파 TV에서도 방영되며(KBS [독립영화관], EBS [독립다큐관]),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도 선보였으며(인디플러그), (아직은 많은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지 못하지만) 독립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디필름)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음만 먹으면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은 한국 전체 스크린의 1%도 되지 않으며, 예술영화전용관이 존재하는 지역이 아니면 개봉되는 독립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란 언감생심입니다. 개봉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말은 '영화관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외'한 기회가 늘어났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영화관을 통해 관람하는 관객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워낭소리>처럼 엄청난 관객을 모으는 영화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2011년엔 1만명 이상의 관객이 찾은 독립영화가 많아졌습니다. 독립영화인들이 영화관을 통해 상영하는 기회를 늘이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보고 싶어하며 찾아주기 때문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이라는 말이 과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단한 분들인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주류의 취향과는 다른 취향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독립영화 관련 일을 그만 두고 관객으로 돌아가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봐야하는 상황이 되자,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가는 일에 대해 상상해봅시다. 대부분 이런 식이겠지요. 영화를 먼저 선택하고 영화관을 찾거나, 가기 편한 영화관을 먼저 선택하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볼 영화를 선택해서 봅니다. 인기 있는 주류 영화의 경우, 매진이 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도 관람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영화관들은 몇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이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도 많고, 이에 따라 상영 시간 역시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를 보러가는 일은 이와는 많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보는 일처럼 행동해서는 곤란합니다. 아무 영화관에 찾아가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자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 같은 곳을 찾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다고 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관을 찾더라도 상영시간이라는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상영시간과 자신의 일정이 맞지 않으면 영화를 볼 수가 없습니다. 최근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의 숫자에 비해 개봉하려는 영화가 많은 탓에, 대부분의 예술영화관들이 하루에 여러 편의 영화를 상영하여 영화당 1회씩 상영하는 경우가 잦아 무작정 영화관을 찾아서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사이 개봉 독립영화를 보러 가는 일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를 찾는 일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주로 스크린이 하나인 예술영화관이 보다 많은 영화를 상영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어떨까요? 유감스럽게도 멀티플렉스의 상황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 개의 스크린이 있다 하더라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스크린이 하나 뿐이라 하루에 여러 영화를 교차상영하기 때문에 상영시간에 내 일정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관의 사정에 내 일정을 맞춰야 하는 조금은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원하는 영화를 꼭 보기 위해서 희생해야하는 것들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분들이 존경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만족스럽지 않은 상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독립영화 관객이 된 후, 상영 시간의 아쉬움 말고 또 다른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예술영화 스크린을 찾으면서 알게된 것인데요, 다른 영화와 똑같은 관람료를 지불하고 영화관이 지정한 시간에 자신의 일정을 맞춰 영화관을 찾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를 보는 관객에 비해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를 봐야합니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 스크린은 해당 극장의 스크린 중에서 좌석수가 가장 적은 곳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 처럼 넓은 스크린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주 상영하지 않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영화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일텐데, 보러가는 영화가 시장성이 떨어지는 영화란 이유로 늘 홀대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예술영화 스크린을 운영하는 멀티플렉스들은 관객에게 대단한 혜택을 돌려주고 있는 마냥 스스로를 홍보합니다.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예술영화 스크린을 운영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사실 예술영화스크린의 좌석수는 각 멀티플렉스 체인이 가진 전체 좌석수의 1%에도 미치지도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무비꼴라쥬라는 브랜드로 가장 많은 9개의 스크린을 운영한다는 CGV의 무비꼴라쥬 좌석수는 9관을 다 더해도 1천석에 미치지 못하며, CGV 전체 사이트 좌석수의 1% 미만입니다.) 그리고 그 스크린의 관객들 역시 동등한 입장료를 내고 영화관을 찾습니다. 시장성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보다 수익이 낮을 수는 있지만, 대단히 많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스크린이 존재에는 사업자 측의 배려도 있겠지만, 다른 영화에 비해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를 감수하는 관객들의 배려 역시 중요한 근간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일까요? 그렇게 삐딱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공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거 독립영화가 애초에 개봉 상영을 못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생각하며 행복해야 마땅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의 조건을 무조건 긍정해야 한다는 것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습니다. 멀티플렉스가 한국에 등장한 이후, 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영화관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영화관객수는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이런 변화가 독립영화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영화를 선택하고 찾아보는 환경이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아진다면, 개인의 일정을 영화의 일정에 맞추지 못해 관람을 포기한 관객들이 영화를 찾게 될 것이고 보다 많은 새로운 관객들 역시 유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CJ E&M 픽쳐스의 계열사인 필라멘트 픽쳐스가 배급한 <파수꾼>은 영화관이 배려한다면 독립영화 역시 조금 더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작은 스크린, 작은 상영관 크기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스크린은 관객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공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관을 사랑하는 관객들도 매우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 이런 열성적인 관객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개선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영화를 공짜로 보는 것도 아니고, 영화관람료 이상의 개인적 비용을 지불하고도 기꺼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쓰는 일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때엔 지금보다 큰 상영관의 넓은 스크린에서 독립영화를 보게 되는 날이 오기를 살며시 바래봅니다.


 

어떤 자기위안으로 이 글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글의 두 가지의 문제의식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이다. 일단 하나는 멀티플렉스에 대한 것인데, 현재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부분의 멀티플렉스는 대부분, 독립영화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한 개의 영화를 몇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걸어, 멀티플렉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객의 선택권을 빼앗아버리는 것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의 멀티플렉스의 경우 독립영화나 '소위' 예술영화들을 거의 상영하지 않는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CJ CGV의 무비꼴라쥬나 대한극장 등이 그나마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극장인데, 그 라인업을 보면 거의 구색맞추기에 가깝고, 또 상당수의 영화들이 1-2주의 상영으로 그치거나, 심한 경우에는 개봉 하루이틀만에 교차상영(2개 이상의 영화를 번갈아 한 관에 상영하는 것)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작은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겨우 찾아야만 알 수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더라도, 이미 상영관을 확인해보면, 상영이 끝난 이후인 경우가 허다하다.

보다 문제는 이런 영화들이 작은 상영관, 작은 스크린, 불편한 관람 환경에서 상영되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작은 영화들은 지하 1-2층, 혹은 아주 꼭대기의 아주 작은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독립 영화들과 예술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극장들은 일단 극장을 찾는 교통편에서부터 고역을 치러야 하며, 작은 스크린과 좁은 의자에, 앞사람의 머리가 스크린을 가리는 불편한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글쎄. '좋은 영화'를 보여주므로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좋은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관객들의 '호의'로 웃어넘겨야 하는 것일까. (요즘 왠만한 멀티플렉스에서 앞 사람의 머리가 스크린을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가린다면, 아마도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작은 영화관에 갈 때는 도리어 사람이 많다면 걱정부터 되기도 한다. 평소와 같이(?) 사람이 없다면,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때로는 웃어넘길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경우도 많다. 단순히 '자리'의 불편함을 넘어, 형편없는 영사 환경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가 그런 경우인데, 예를 들어 대한극장을 관리하는 분들은 작은 영화가 주로 상영되는 지하 1층 상영관이 거의 1년 내내 핀트가 나간 상태에서 영화가 상영되며, 그래서 때로는 심할 정도로 뿌연 화면을 보여주는지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CGV 관계자들은 대학로 CGV 지하에 있는 작은 상영관인 5관의 스크린 가운데에 미세한 찢어진 틈이 있어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서울이라서, 이런 영화들이라도 볼 수 있으니 낫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작은 영화관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나마 버텨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하는 것일까(그간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던 많은 영화관들이 사라졌으므로). 구색맞추기라도 멀티플렉스들에서 독립영화들을 (아주) 가끔 상영해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잘 모르겠다.

덧 1.

그래서 요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주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들을 상영하면서도 거의 최상의 상영환경을 자랑하는(멀티플렉스들과 비교해도 동급최강의), 건대에 있는 KU시네마테크이고, 다른 하나는 큰 영화제는 물론이고, 작은 영화관들에서 상영되는 자잘한 영화제들이나 상영 소식들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여기 '알라딘 무비 어드바이저' 서재이다. 개인적으로 작은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는 편인데, 어느 사이트를 보더라도 여기 서재처럼 총망라하여 잘 전달해주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담당자님의 성실한 노력에 감사를 표할 뿐이다.

덧 2.

글이 링크가 된 트위터에 다음의 추가 문구가 달려 있던데, 적극 동감한다. "새롭게 안 사실인데, 이 나라에서 독립영화 따위를 극장에서 보려면, 우선 졸라 자유업이거나 백수거나 둘중에 하나여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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