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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본 3편의 영화

Interlude | 2009. 9. 3. 01:45 | Posted by 맥거핀.
어떤 영화제이건 간에, 영화제에 참여하는 것은 즐겁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하나는, 영화제에 가면 영화제 특유의 웅성웅성하고 기대감에 찬, 관객들의 어떤 공유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고, 어떤 영화라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즐겁게 느끼고 가겠다는 그런 분위기.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제에서는 영화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외부의 풍경들,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근처의 색다른 먹을거리 등등. 물론, 이번 충무로국제영화제 같은 경우에는 그런 재미는 조금 반감된다. 가끔 한 두 번 씩은 가던 극장들이기 때문에, 극장 내 외부의 풍경들이란 빤하다. 그래도 빨간 옷의 자원봉사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관객들을 대하는 것을 보는 것은 여전히 마음이 좋아진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제에서 보는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 영화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한 두가지 사소한 이유로(예를 들어, 시간이 맞아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화를 색다르게 즐길 수가 있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영화 내용을 좀 자세히 살펴보고 영화관에 가는 편이다. 영화의 내용이 어떠한 내용인지, 평은 어떠한지,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지 읽어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이런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영화의 재미가 약간 반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뭔가를 많이 알고 영화관에 가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많이 알고 가면 갈수록 영화를 여러 겹의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무튼 그런저런 이유로, 이번에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들도 거의 우연적으로 선택되었다. 시간이 맞고, 약간은 나에게 흥미를 주는 요소가 있으며, 표가 남아 있던 영화들 위주로. 그리고 영화제에서 본 3편의 영화에 대한 약간의 코멘트.



레인 폴, 맥스 매닉스 감독

'씨네 아시아 액션' 섹션에 있던 영화다. 이번 영화제는 아시아 액션물에 대한 라인업이 괜찮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섹션에 있던 영화를 많이 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2편 밖에 보지 못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는 그리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일본에서 비밀 공작 활동을 벌이는 CIA가 추적하는, 국제적 킬러 존 레인(시이나 깃페이)의 활약을 그린 영화인데, 주인공 존 레인 캐릭터의 구축이 모호하여, 영화의 전체적인 매력도 반감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명색이 액션 영화인데, 사실 그럴듯한 액션 장면도 별로 없다. 아무래도 액션 영화의 매력이란 주인공이 악당들과 맞서서, 혹은 냉혹한 운명에 맞서서 정면충돌을 벌이며, 장렬하게 산화하는 것이 매력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존 레인은 맨날 도망만 다닌다. 그리고는 같이 도망치는 여주인공에게 '경찰을 만났을 때 들키지 않는 법' 이런 강의나 하고 앉아있다. 그나마 건진 것이라곤, CIA 도쿄 지부장(?)으로 나오는 게리 올드먼의 많이 녹슬었으나 아직은 봐줄만한 연기다. 수십개의 CCTV 화면 속에서 도망치는 존 레인을 참 어지간히도 못 잡는 CIA 요원들의 활약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연기는 꽤나 즐길만 하다. (메가박스 동대문)




야수형경, 진가상 & 임초현 감독

예전부터 매니아 층의 이 영화에 대한 찬사를 여러 들었던 터라, 이번 영화제의 나름 기대작이었다. 위의 <레인폴>과 같이 '씨네 아시아 액션'에 있던 영화로, 기대한 만큼의 만족감을 준 영화다. 홍콩의 한 구역을 담당하는 형사들에게 새로운 리더가 오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다룬 영화로, 전체적으로 유머가 아주 잘 살아있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여러 눈여겨 볼 만한 부분들을 던져주는 영화다. 하나는, 이 영화의 독특하고,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저 코믹스럽기만 한 그저그런 유머물인듯한 인상을 주는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갈 수록 점점 다른 면모를 드러내 보인다. 영화 시작부에는 조금 산만하게 여러 에피소드들이 툭툭 던져지는 듯 한데, 이것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하나로 수렴되어 강렬한 액션으로 마무리 된다. 확실히 이렇게 이야기를 아우르는 능력은 그리 가볍게 볼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영화에 내리깔린 특유의 정서다. 처음에 주인공 동 형사(황추생)을 중심으로 한 이 경찰조직은 '뭐 이런 경찰조직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무질서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그런 동 형사에게 어느덧 동화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그를 지지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것의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 과연 어떤 것이 이곳에 더 필요한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황추생의 인상적인 연기가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세 번째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롯데시네마 명동)




험프데이, 린 쉘튼 감독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단지'2009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이라는 문구에 끌려 보았던, 사실은 시간이 맞아서 본 영화다. 보고 나니, 충분히 상을 받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벤과 앤드류라는 두 친구가 우연히 파티에서 아마추어 포르노 경연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결심이란, 이성애자인 이들 두 남성이 섹스를 시도하는 과정을 포르노로 찍어보는 것.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이들의 이 일들은 점점 커진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어떤 아이러니한 질문을 자꾸 관객들에게 하도록 만든다. 그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이런 시도에 어떤 마초적인 경쟁 심리라는 것이 자꾸 개입된다는 것. 그리고 종국에는 관객들에게 어떤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제공한다. 그것은 나도 혹시 동성애자가 아닐까(혹은 동성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질문들에서부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이 사회는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인가. 이성애라는 것만이 우리사회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거기에는 어떤 것들이 개입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까지.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어떤 동성애만을 무조건 옹호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한 가지 잣대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상황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발군이다. <덤 앤 더머>의 업그레이드 판. 이번 영화제의 개인적 발견작. (메가박스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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