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세 가지 오판

끄적거리기 | 2008.06.02 18:11 | Posted by 맥거핀.

조선, 중앙, 동아가 조금씩 그 논조를 바꾸고 있다. 며칠 전까지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애써 외면하며, 광우병 괴담이니, 배후의 음모니 하고 떠들어대더니 오늘부터는 유언비어에 휩쓸린 국민들도 잘못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나 대응도 잘못이라는 양비론으로 돌아선 것 같다. 물론 이것은 그간 그들이 꾸준히 보여줬던 일련의 기만술의 연장선이며, 그 내저의 심리에는 여전히 국민들을 얕잡아보고 속이려는 자세가 들어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에는 어느 정도는 진심(?)도 들어있는 것 같다. 즉 이명박 정부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이나 꽤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심리.

그들은 어쩌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었더라면...하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단적으로 말해서 MB는 박근혜보다 교묘하지 못하다. 앞에서는 이것저것 챙기는 척 하면서 뒤에서 몰래 일을 처리하는 데에 능숙하지 못하다. 더구나 MB는 이미지 메이킹 능력이 형편없다. 반면 박근혜는 꽤나 오랫동안 박정희의 교묘한 이미지 메이킹을 배워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것에 능숙하다. 게다가 MB는 천민 배경의 자수성가형 노복(마름) 유형(박노자 교수님이 노무현에게 지적한 것과 같이)이다. 이런 사람들은 체제에 대해 대단히 충성을 보이지만, 단순하고 일을 크게 벌이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꼼꼼함은 떨어진다.

아마도 박근혜가 현재의 대통령이었다면, 혹은 이회창이나 다른 한나라당 인사였다면, 일을 이렇게 끌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이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 그리고 조중동에서도 즐겨 써먹는 방식을 다시 가동하여, 일단 재협상을 추진해보겠다고 하고 시간을 벌고, 장관 몇 명, 수석 몇 명 경질하고,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다음, 미국에게 한두 가지 양보를 이끌어냈다(실제로는 이끌어내지 않았더라도)고 하면서 일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고 자만심이 넘치면서도 세심함은 떨어지는 현재 MB의 방식은 무엇인가. 고시 강행, 집회 참여자 연행, 그리고 물대포와 폭력과 소화기. (그리고 그 이후는 무엇이 될까.)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사태를 더욱 확대시킬 뿐 아니라 MB 그 자신에게 독이 될 뿐이다. 그의 오판이 계속되는 한 말이다.

 

첫 번째 오판은, 과연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묶고 있는 유일한 끈은 오로지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라는 것이다.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념을 공유하여서도 아니다.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지도부도 없고, 조직화도 안 되어 있다. 아니 도리어 조직화되는 것에 일종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프락치를 증오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물론 상당히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큰 강점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 그들이 늘 해오던 방식대로 지도부 연행하여 구속시키는 것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MB가 여전히 촛불집회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상, 그가 이길 방법은 없다. 더구나 ‘촛불집회’라는 말이 상징하는 대로 이 집회는 비폭력이 기반이 되어 있다. 비폭력은 종국에는 언제나 폭력을 이긴다.

두 번째 오판은, 인터넷의 위력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간 컴퓨터를 켜지 못해서 업무를 하지 못했다는 말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사람 아니랄까봐, 2MB로 16년간 부팅을 해오신 ‘컴맹’ 이명박 선생님은 아마도 아직도 인터넷을 유언비어의 집합소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재가 어떤 시대인가. ‘스타’가 중계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집회’와 경찰들의 폭력 역시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굳이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게시판과 댓글을 통해서 현장의 속보가 속속 들어온다. 즉 한 명의 경찰이 한 사람을 때리면, 예전에는 그 주위에 10사람이 보는 것으로 그쳤다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서 10만명이 그것을 지켜본다는 것이고, 그 10만명은 100만명에게 그것을 전달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처럼 경찰이 계속 맞드라이브로 나가는 것은 집회 현장으로 사람을 더 불러 모으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오판은, 이 일련의 사태는 국민에게, 특히 10대와 20대에게 일종의 학습을 시킨다는 것이다. 수구 보수 정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 일련의 사태는 정치에 무관심한 10대와 20대들에게 정치라는 것이 먼 곳의 문제가 아님을, 바로 자신의 안전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그와 더불어 진행되는 현재의 일들은 조중동이 지금까지 어떻게 사람들을 속여 가며 어떤 짓들을 저질러왔는지, 한나라당이 어떤 집단인지를 많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좋은 교재가 되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여론의 주역이 되는 십 수년 후,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지금의 이 일들이 가져온 효과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MB가 이 오판들을 빨리 멈추게 되기를 바란다. 혹 본인이 할 능력이 없다면, 주위의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에서나마 약삭빠르게 사태 파악을 좀 하기를 바란다. 나 역시 밑의 분이 글에서 제기한 것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원치 않으므로. 그리고 블로그에 영화평이나 쓰며 조용히 지내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도 그 시작은 쇠고기 재협상과 경찰책임자 문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http://enterre.egloos.com/418365 촛불집회 그 이후에 대한 ‘테라포밍’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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