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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독서의 즐거움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정제원 (베이직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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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평단 리뷰의 하나로 썼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는 인문학 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아마도 자기계발서 쪽에 조금은 더 가까울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된 책이기 때문이다. 그 목적이란 간단히 말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읽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교양을 쌓게 해주는 책'들을 말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즘 들어 다양한 교양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독서는 교양을 갖추는 가장 쉽고도 편리한 방법이다. (중략) 책이 전달하는 지식이나 정보가 잊혀도 남는 무엇, 바로 그 무엇이야말로 생각의 소득이며 교양의 원천이다. 그 무엇이 우리가 존재하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물을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p.17)


그러면서 저자는 30권의 책을 통한 30가지의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다. 즉 한 권의 책에 대한 간단한 서평을 통해 그 책을 읽으면서 갖추어야 할 독서법을 제시하는 것. 그러면서, 저자는 조금은 특이한 방식으로 각 책들을 연결지으며, 논의를 이끌어간다. 예를 들어 첫번째 독서전략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책을 읽는다'를 제시하며, 강준만의 <지성인을 위한 교양브런치>를 읽을 것을 제안하면서, 다음 책으로는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라는 테마를 제시하며, 강준만의 <행복코드>를 읽도록 하는 것, 그리고 또 그 다음 책으로는 '같은 테마의 책을 읽는다'를 화두로 내세우며, 버트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제시하는 식이다. 즉 저자의 목적은 어떻게 보면 꽤나 명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목적이란 30권의 책을 독자가 읽어나가면서 '교양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의 조금은 더 적합한 제목은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라기 보다는 '교양인이 되기 위한 조금은 덜 행복한 책읽기'가 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싶다. ('조금은 덜'이 붙은 이유는 어떤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단지 그것의 수단이 될 경우에는 '완전히'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농담이다 -.)

내가 굳이 이런 딴지 아닌 딴지를 거는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을 혹여 오독하여, 이미 일정 정도의 독서 이력을 갖춘 사람이 이 책을 읽게 되면 살짝 실망하지 않을까 해서 해본 얘기다. 즉 이 책은 독서력에 있어서 어느 정도 일정 수준에 이른 사람들에게 더욱 풍성한 책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별로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 특히 인문학 부문의 책들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런 책들을 읽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기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들의 선정에서도 보면, 작가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읽은 책들을 소개하는 식이 아니라, 이 책을 쓰기 위하여 거의 새롭게 책들을 읽고, 새롭게 구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소개된 책들의 면면을 보면 간간이 인문학의 고전들도 끼어 있지만, 최근에 발간된 책들이 상당수이다. 즉 이 책의 주 목적은 소개된 책들을 읽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된 예시의 책들을 통해서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를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어떤 의미에서는 꼭 '그 책'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것은 작가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독서법에 관한 책이면서 이렇듯 책을 구체적으로 선정해 일독을 권하는 것은, 독서법만 알고 실제로 그 독서법에 맞춰 독서는 할 줄 모르는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다. 훌륭한 독서법은 독서 행위 밖에서 관념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독서 행위 내부에서 우리에게 현시될 뿐이다. (p. 17-18)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서평 모음집으로 보기에는 약간 함량미달이다. 소개된 책들의 내용이나, 그 책들이 어떠한 측면에서 좋은 책들인지, 그 책들이 어떤 측면에서 훌륭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소개하기 보다는 거의 그 책과 그 작가에 대한 맹목에 가까운 찬사로 일관하며, 상당수의 내용이 소개된 책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당연하게도 이를 가지고 이 책의 글쓴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목적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책에 어떤 평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책을 읽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그 책의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제시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책들을 단지 몇 구절에 반하여 구입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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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자들에게 인문학 책을 읽도록 한다'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히 효과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책들의 연결된 구조 또한 인상적이다. 아마도, 저자가 말한 대로 제시된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인문한 책을 평소에 잘 읽지 않던 사람들도 인문학의 재미를 조금씩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을 따라 30권의 책을 덮은 순간에는 어느 틈에 교양인이 되어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그 다음에는 저자가 제시한 마지막 독서법 대로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이 선택한 책을 읽'으면 될 것이다. 아니, 아마도 그 때쯤이면 어떤 기준 따위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마음 가는 대로 읽는 것' 그것이야 말로, 독서가가 갖추어야 할 마지막 단계일 것이다. 어떤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이 책이 읽고 싶어서, 재미있어 보여서 선택한 책들이 나를 더 살찌우고, 삶을 풍족하게 이끈다면 그보다 좋은 독서법이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가장 최고의 독서법이란 '어떤 필요가 있어서 읽는 책(바로 이 책?)을 집어치우고, 마음 가는 책을 읽을 것'이 아닐는지도 모르겠다. 아..참고로, 이 방법은 고수 이상의 독자들만 시연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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