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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미쳤다 - 6점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지안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여담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만의 특징인지, 외국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제목들이 점점 자극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저자의 책들은 뭐 그러려니 하는데, 외국 저자의 책들까지 그러는 것을 보면 딱하다. 왜냐하면 외국 저자의 책들은 그럼으로써 원제와 아주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제목은 저자의 허락을 받고 다는 것일까. 혹여, 그렇지 않다면 이는 저자나 그것을 읽게 될 독자에 대한 테러행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그래도 '스타는 미쳤다: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라는 이 책은 그나마 나은 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원제는 'Celebrities'. '유명인' 또는 '명사'라는 간단한 제목이 자극적이고도 뭔가 복잡한 제목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약간의 관련성이나마 있으니 그나마 이해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보면 책의 제목이 이렇게 되어버림으로써 이 책이 마치 '모든 스타들이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오인되는 위험성이 생겨난다는 점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오인'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다. 성격장애를 가진 스타들의 사례를 자극적으로 나열한 책도 아니다. 그보다는 성격장애의 여러 특징들을 나열하고, 어떠한 연유로 그런 성격장애에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하려는 책에 가깝다. 물론 책에는 여러 스타들의 사례도 나오지만, 그런 스타들은 도달하기 쉬운 하나의 예에 가깝다. 즉 모든 스타들이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스타들이 그런 성격장애를 가지게 될 확률이 높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물론 여기서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보아야만 할 것이다. 먼저 첫번째 문제는 책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어느정도의 선을 '비정상'인 성격장애로 보아야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영화 <체인질링>에서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바뀌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안젤리나 졸리는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에 갖히게 된다. 여기서 만난 한 여자는 이 '정신병'이라는 것이 사실 거의 의사의 자의적 기준에 가까움을 말해준다. "당신이 정상적으로 행동하려 할수록 그들은 당신을 더 이상하게 볼거야. 당신이 많이 웃는다면 착각에 빠져있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혔다고 여길것이고, 만약 안 웃는다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할거야." 저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상적인 '성격'에서 '성격장애'로 넘어가는 경계는 모호하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뚜렷한 성격적 특성들은 정상적인 범위 내의 편차일 수도 있지만, 정상성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체' 정상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정상적인 행동과 병적인 행동을 구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p. 23)



두번째 문제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와 관련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스타와 성격장애에 대해서, 그리고 성격장애와 매력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관계가 있음을 논하고 있다.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이것이 인과관계인가, 아니면 단순한 상관관계에 불과한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매력적이다'라고 말했을때, '이는 성격장애가 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인다'라는 인과관계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매력적으로 보인다'라는 상관관계로 보아야 할 것인가. 이 부분은 저자 역시 주의해야 할 부분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어떤 과학자가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셈을 더 잘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근거로 센티미터로 표시한 키와 산수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제시한다. 이때 해당 조사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열세 살짜리가 여덟 살짜리보다 산수를 더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키가 큰 사람들이 작은 사람들보다 더하기와 곱하기 실력이 월등하게 높다는 주장이 그럴듯해 보인다. 제3의 변수, 즉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이를 밝히고 계산했더라면 상관관계는 0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즉, 키와 성적 간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별개인 두 현상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p. 111)



이를 넘어간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즉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다. 즉 성격 장애와 매력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인과관계인가. 성격장애가 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까, 어떤 매력이 성격장애의 동인이 되는 것일까. 스타와 성격장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성격장애가 스타를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스타가 된 이후에 성격장애가 생겨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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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의 관점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관점이란 성격장애가 스타가 되는 것에, 그리고 스타로서 매력을 발산하는 것에 일정 정도의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격장애가 있는 스타들의 어린 시절을 추적하며, 그 어린 시절의 어떤 경험들이 성격장애,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각주:1]에 이르게 하였으며, 그 경계성 성격장애들이 타인들에게 어떤 매력을 발산하게 함으로써, 스타가 그만한 위치에 오르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격장애의 하나의 요소인 연극성이나 자아도취성 같은 것들이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하는 식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위의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 한,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이 따르는 것이기도 하며 여러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성격장애가 매력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스타가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그의 어떤 외모나 특출한 능력과 관계된 것이지, 성격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또한 연극성 성격장애나 자아도취성 성격장애가 스타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는 있어도, 경계성 성격장애는 이와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질문은 꼬리를 문다.

또 한편으로 저자의 태도에도 약간 의문이 든다. 저자는 어떤 특정의 이유- 예를 들어, 가정 내에서의 학대, 성폭력 -만으로 성격장애가 온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성격장애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스타의 성격장애를 밝히기 위해서 쓴 방법이란, 그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을 살피는 것뿐이다. 물론 그 스타들이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가능한 방법이란 이런 것 밖에 없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스타가 어린 시절의 특정의 경험으로 성격장애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듯한 이러한 태도는 본인이 말한 문제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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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저자가 스타들의 가정사와 매력과 성격장애를 고찰하려고 하면 할수록 읽는 독자들은 더욱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 책의 매력은 점점 줄어든다. 도리어 이 책이 매력을 발산하는 부분은 그러한 스타들의 이야기가 배제되었을 때이다. 성격장애의 치료와 관련된 약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성격장애의 원인들을 가정, 교육, 문화, 유전 등 여러 요소를 폭넓게 고려하며 펼치는 이야기들은 꽤나 흥미진진하며 읽을만하다. 따라서 이 책을 스타들의 내면을 살피는 도구로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도구로서 활용할 때 이 책의 매력이 발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s. 저자는 보르빈 반델로. 책 날개에 보면 정신장애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독일에서 의과대학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저자의 문제인지, 아니면 번역가의 문제인지 책의 문장들의 구성이나 문단 연결이 어딘지모르게 깔끔하지 않은 데가 있다. 특히 책의 마무리나 에필로그는 조금 뜬금없다는 인상마저 준다. 

  1. 이를 '경계성' 성격장애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원래 외래용어임을 생각해보면 영어명이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이므로 '경계선' 성격장애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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