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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데이비드 핀처

Ending Credit | 2010. 12. 10. 23:17 | Posted by 맥거핀.



(결말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데이비드 핀처는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잘도 이렇게 흥미진진한 2시간의 이야기로 만드는구나, 라고 말이다. 사실 이 전체 이야기를 하나의 기업물로 보자면 흥미로운 구석은 있으나, 상당히 밋밋한 쪽에 가깝다. 어떤 하버드 천재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만들어서 성공하나, 2개의 소송을 당한다, 라고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를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간단한 한 줄로도 흥미롭기는 하다.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었으나, 실제의 소셜 네트워크는 실패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거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이야기를 버무려내며,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킴은 물론, 관객을 어떤 드라마틱한 깨달음의 경지에까지 이끌고 들어간다. 예를 들어 <부당거래>의 류승완이 아주 복잡한 이야기를 간단하고, 직선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마법을 부린다면,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핀처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복잡하고 풍성하고 철학적으로 만든달까.


그러나 사실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어떤 기업의 성장과 위기를 보여주는 그런 부분들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세계, 그것의 어떤 관계들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때로 매우 이질적인 것으로 비쳐지지만, 사실 그것은 매우 비슷하게 닮아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이라는 것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영화 속에 있는 사실들만 놓고 보면 페이스북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배타성이다. 페이스북은 처음에 하버드 아이디를 가지고 있어야만 접속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었으며, 다른 대학들로 그 세력을 넓힌 후에도 이러한 성격은 비슷하게 유지된다(지금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온라인 상에서 친구를 맺기 위해서는, 그리고 상대방의 일정 정도의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수락이 또한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한편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와도 조금은 닮은 점이 있다. 싸이월드 역시 일촌 관계는 상대방의 수락이 있어야 가능하며, 특정 정보를 가까운 사람에게만 공개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즉 페이스북이나 싸이는 기본적으로 개방적이라기 보다는 폐쇄적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특징은 이러한 페이스북이나 싸이는 현실의 관계와도 거의 그대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싸이는 실명으로만 가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페이스북 역시 가명으로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대체로 실명으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가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은 현실의 관계를 대체로 반영한다. 즉 많은 경우 현실에서의 인기인이 페이스북에서도 인기인이 된다. 즉 페이스북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세계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하나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것은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권력 관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오프라인에서의 어떤 권력 관계는 흥미롭게 보여진다. 하버드대에 다니는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는 보스턴대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의식적으로 무시한다. 그러나 또한 한편으로 마크는 하버드 내 엘리트 클럽에 들어가려고 하는 친구 왈도(앤드류 가필드)에게 신경질적인 심사를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한편으로 윈클보스 쌍둥이 형제와 마크와의 대비에서도 드러난다. 윈클보스 형제는 적어도 마크보다는 상당히 상류층으로 보이며, 잘생긴 외모에 스포츠맨으로서 교내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어 보인다. 그런 반면 마크는 평소 컴퓨터만 가까이 하는, 거의 외톨이에 가깝다. 이것은 어떤 계급의 세계이고, 권력의 세계이다. 마크는 윈클보스 형제와 태생적으로 다르며, 왈도와 같이 상류층 클럽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마크가 다른 방식으로의 역전을 바라는 것은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마크가 이를 역전하는 방식은 분명히 온라인을 이용하는 방식이지만, 그것은 온라인으로 평등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또 하나의 권력 구조를 만들고 그가 이를 소유하는 방식, 혹은 그 권력 구조의 맨 꼭대기에 올라가는 방식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페이스북의 세계 역시 오프라인의 권력을 거의 그대로 승계하고 있으며, 마크는 이를 창조한 일종의 신으로서 그 세계에 군림하며 이것은 다시 역으로 오프라인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자들은 마크가 그 온라인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자, 거의 그에게 맹목적인 호감을 표현한다.

사실 이 여자들과 관련한 부분은 이 영화에서 조금은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기도 하다. 그것은 명백하게 이러한 페이스북 자체가 어떤 또하나의 권력임을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재미있는 표현을 썼는데, 이 영화에서 여자들은 거의 일종의 '전리품처럼' 다루어지고 있다. 옛날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들이 여자를 차지하는 것처럼, <소셜 네트워크> 속 여자들은 남자들의 권력 관계 속에서 아주 수동적인 위치에만 머무른다.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열심히 헤드셋을 끼고 사이트를 관리하는 남자들 곁에서 여자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게임에 몰두하는 장면들도 그러하거니와, 마크가 주위에 선 모든 남자들에게 여러 역할들을 지시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를 보여준다. 남자들과 같이 있는 여자들이 이 '미션'에서 자신의 역할을 묻자, 마크는 잘라 말한다. "없어!"


그러므로 여기에서 어떤 질문이 요구되는 것 같다.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을 탄생시키는가. 누구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동등한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데이비드 핀처의 대답은 아니오에 가까운 것 같다. 미안하게도 현실에서의 외톨이는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외톨이가 될 확률이 높다. 그것은 트위터 등의 개방형 소셜 네트워크나 블로그 등의 1인 미디어와 다른 페이스북만의 독특한 성격에도 기인하기도 하지만, 왠지 영화는 다른 것을 살짝 암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이 온라인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즉 현재로서는 가상 온라인에서의 체험은 실제의 체험을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가상 세계에서 펼치는 게임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현실에서의 실제 체험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리가 가상의 축구 게임에서 아무리 골을 집어넣는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의 축구 게임에서 골을 넣는 쾌감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리가 아무리 온라인 세게에서 총격전 장면을 보고(하고) 일종의 스릴을 느낀다고 해도, 실제의 총격전을 보는(하는) 충격에 이를 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가상의 세계에서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고 해도, 오프라인에서 그 누군가와 만나서 하는 모든 것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모든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즉 온라인이라는 것은 결국 하나의 대체제이다. 우리가 실제의 관계가 충분히 가능하다면, 굳이 온라인에서 관계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온라인에서의 관계는 실제의 관계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체물이 살아남는 방법은 실제를 충실하게 모방하여 최대한 그 실제에 가까워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그를 벗어나고 싶어해도 온라인에서의 관계는 실제의 권력 관계를 충실하게 반영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마크가 온라인에서의 관계망을 꿈꾸는 것은 여자친구와의 오프라인 관계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만약 오프라인에서의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잘 이루어졌고, 마크가 거의 외톨이에 가깝지 않았다면, 이 '페이스북'은 탄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이 실패했기 때문에 일종의 대체물로서(처음의 '페이스매쉬'가 여자들을 '실제로 놓고' 비교해 보고 싶은 남자들의 권력에의 욕망을 '모방'했던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망이 탄생했고, 이 온라인망은 현실의 권력 관계를 다시 반영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은 현실을 모방하려 하나, 그것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 그것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 이를 데이비드 핀처는 사실 몇 가지 흥미로운 장면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퍼져나가고, 마크가 유명인사가 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페이스북 그 자신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교내 신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교내신문에 페이스북이 보도되고, 마크가 그것의 창시자임이 알려지면서 마크는 단숨의 인기인의 경지에 오른다. 즉 이는 어떤 온라인보다 강력한 미디어 권력의 힘을 보여준다. 또한 데이비드 핀처는 재미있는 장면을 넣기도 한다. 윈클보스 형제의 조정 경기 장면. 이 장면들은 이상하게도 슬로우 화면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약동하는 근육의 꿈틀거림과 게임에서의 극적인 승리와 패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내게는 마치 이것의 현실감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온라인에서의 조정 경기는 이와 비슷할 수는 있으나, 극적인 승리에의 쾌감은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온라인 조정 게임은 영원히 현실의 훌륭한 근육을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현실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마크는 처음부터 이를 의도했던 것일까. 즉 새로운 권력관계를 만들고, 그것에서 왕이 되고자 했던 것일까. 글쎄. 꼭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마크는 처음에는 그저 순수한 호기심으로서, 그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으로부터 출발한 것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것이 그를 일종의 온라인 상의 권력자로 만들어 준 후부터 그는 조금씩 변모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냅스터(Napster)를 만든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였다. 숀 파커는 온라인이 만들어낸 현실의 권력자로서 마크에게 일종의 역할모델이 되었다. 숀 파커와 가까워진 후부터 그는 새로운 세계의 왕이 되어 결국 5억 명의 온라인 친구를 만들어냈지만, 덕분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왈도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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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제목인 <소셜 네트워크>는 그러므로 이제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그것은 단순히 온라인의 '페이스북'을 의미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조금 더 넓은 오프라인까지 포괄한 사회적 관계망, 조금 더 좁게는 사회적 권력 관계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마지막에는 나는 묻고 싶어진다. 온라인은 그렇다면 언제가 되어서야 이 사회적 권력을 극복할 수 있는가. 평등한 관계란, 모두가 친구되는 온라인 세계란 여전히 환상인가. 온라인은 결국 오프라인을 영원히 불완전하게 대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데이비드 핀처는 이 영화 전체를 두 개의 거대한 소송으로 만드는 것으로 대답을 하고 있거니와 마지막에 살짝 양념을 뿌리고 있기도 하다. 여자 변호사의 충고를 받고(거의 유일하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동적이지 않은 여성 캐릭터이다), 뭔가 깨달음을 얻은 마크는 예전의 여자친구 에리카에게 친구 신청을 하고는 반복적으로 새로고침을 한다.

이것은 희망적인 결말인가. 글쎄. 나는 별로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이것이 조금은 희망적인 결말이 되려면 마크는 적어도 '페이스북'에서가 아니라 에리카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하다못해 전화를 하던가 했어야 했다. 권력자로서의 마크의 '페이스북'에서의 위치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희망적인 결론이 되려면 마크는 적어도 '페이스북'에서의 권력은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다음과 같은 맥락이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들과 친구가 되게 만들지만, 과연 과거의 사람, 혹은 꼭 만나고 싶던 그 사람을 만나게 해줄 수 있을까. 지금은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린 그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들과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맺을 것인가. ('아이러브스쿨'이 망한 것은 알고 있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5억명의 온라인 친구, 전세계 최연소 백만장자,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 그러나 나는 그저 묻고 싶다. 그것은 혁명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방식의 타락입니까.


- 2010년 11월, 씨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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